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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4860

그리스도인, 자녀와 종의 이중적 지위

작성일
2020.09.15
수정일
2020.09.15
작성자
송오식
조회수
285

 

자녀와 종의 이중적 지위

    

송오식 교수(법학전문대학원)

3:2129 [새번역]

    

21 그렇다면 율법은 하나님의 약속들과 반대되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 중개자가 준 율법이 생명을 줄 수 있는 것이었다면, 의롭게 됨은 분명히 율법에서 생겼을 것입니다.
22 그러나 성경은 모든 것이 죄 아래에 갇혔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약속하신 것을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에 근거하여, 믿는 사람들에게 주시려고 한 것입니다.
23   믿음이 오기 전에는, 우리는 율법의 감시를 받으면서, 장차 올 믿음이 나타날 때까지 갇혀 있었습니다.
24   그래서 율법은그리스도께서 오실 때까지, 우리에게 개인교사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믿음으로 의롭다고 하심을 받게 하시려고 한 것입니다.
25 그런데 그 믿음이 이미 왔으므로, 우리가 이제는 개인교사 아래에 있지 않습니다.
26 여러분은 모두 그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들입니다.
27 여러분은 모두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고그리스도를 옷으로 입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28. 유대 사람도 그리스 사람도 없으며,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와 여자가 없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29 여러분이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이면, 여러분은 아브라함의 후손이요, 약속을 따라 정해진 상속자들입니다.

    

바울이 갈라디아교회에 보낸 서신의 목적은 믿음으로 의롭게 되는 것(칭의)’이지 노력이나 행위로 의롭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우리의 어떠한 행위나 노력으로 구원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얻게 되었음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었다.

    

28절에 보면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이라면 종도 자유인도 없고 남자와 여자도 없고 유대사람과 그리스 사람도 없다고 한다. 누구든지 예수님을 영접하면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상속자의 지위를 얻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바울은 로마서 11절에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라고 말한다. 28절의 종과 로마서 11절의 종은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종의 개념은 자유민에 대한 반대어로 종은 주인에게 예속되고 법적 권리가 제한되어 있는 사람의 상태를 가리킨다. 종의 반대말로는 주인또는 자유민(시민)’이다.

    

성경을 보면서 혼란을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의 문제이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인간인데 종이라는 제도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울은 에베소서 65절에서 당시의 로마시대의 노예제도를 인정하며 종과 상전과의 관계를 말한다. 종들아 두려워하고 떨며 성실한 마음으로 육체의 상전에게 순종하기를 그리스도께 하듯 하라. 눈가림만 하여 사람을 기쁘게 하는 자처럼 하지 말고 그리스도의 종들처럼 마음으로 하나님의 뜻을 행하라고 한다. 사도바울도 종의 제도에 대해서 비판하지 않고 종 제도를 인정하면서 종의 도리를 말하고 있다.


인류역사에서 종 내지 노예제도는 일찍부터 존재했던 것 같다. 노예가 되는 경우를 보면 채무를 갚지 못하거나, 전쟁에 포로가 되거나,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종으로 삼았다. 고대 역사기록에도 노예제도 기록이 남아있다. 노예제도의 역사는 고대에서부터 현재에까지 여러 문화, 민족, 종교에 걸쳐서 존재해왔다. 그러나 종의 사회적 경제적 법적 지위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체제 안에서 달랐다.


현재에까지 인신매매를 통해서 일부 국가에 노예제도가 존재하고 있다. 고조선시대 8조금법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노비로 삼되, 용서를 받으려면 돈 50만 냥을 내야 한다는 기록이 있는 것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일찍부터 종이 존재해 왔다. 조선시대까지 관노비와 사노비 그리고 천민집단 8천이라 하여 다양한 종류의 천민을 인정하기도 하였다.

서구역사에서도 중세는 신분이 그 사람의 전 인생을 결정했다. , 귀족, 기사, 평민, 노예로 태어나면 그 계급의 굴레를 죽을 때까지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중세는 로마가 313년 콘스탄틴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한 뒤 기독교의 세계관이 세계를 지배하였던 시절이다. 그렇지만 종이라는 제도는 유지하였다.


자유, 평등, 박애를 기치로 내건 프랑스 시민혁명이야말로 세계사에서 모든 인간을 신 앞에 평등하다는 사상을 확립시킨 사건이었다근대법의 최대의 공헌은 모든 사람은 하나님 앞에 평등하며 인권은 하나님께서 주셨기 때문에 누구도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확립한 것이다바꾸어 말하면 근대 이전에는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같은 사람인데 자신의 신분에 따라 삶이 결정되었고 종은 자유롭지 않은 삶, 주인에게 예속된 삶을 살아야 했다는 것이다.


영국의 헨리 메인의 유명한 말 신분에서 계약으로라는 말은 중세의 신분사회로부터의 변화를 상징하는 구호가 되었다.

청교도들이 세운 미국에서도 19세기 중반까지 노예제도가 있었다. 남부의 목화산업에 필요한 노동력을 얻기 위하여 노예제도가 필요했습니다. 여전히 미국의 흑백문제는 사회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의 카스트제도는 현대문명사회에서도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갑오개혁 이전에는 노예제도가 있었으나 갑오개혁으로 노예제도가 폐지되었다. 갑오개혁 후 60년대까지 머슴이 존재하였다. 머슴은 종이 아닌데 고용주의 집에서 주거하며 임금을 받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로서 노예제도가 폐지되면서 종들이 머슴으로 신분이 바뀌었다고 한다. 60년대 70년대에는 식모도 많았다. 아직 산업화가 되지 못하여 여자들이 여공으로 일하기 이전에 시골에서 도시로 가서 먹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 식모였다. 가정에서 가사노동력을 제공하는 식모의 명칭이 파출부, 가정부에서 가사근로자로 바뀌었다. 가사근로자는 노동자로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자이기에 가사근로자 고용개선에 관한 법률 법안애 20205월에 국회에 제출되었다.

오늘날에도 종과 같은 예속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신안 염전 노예, 여자들 인신매매가 행해지고 있다. 군산 집창촌 화재사건은 감금되어 있던 성매매 여성들이 사망한 사건으로서 이 사건 이후로 성매매특별법을 제정하여 성매매를 금하였다. 비자 없는 외국인 노동자(공단이나 축산 어업 농업)들도 여전히 현대판 노예로 살고 있다.

오늘날 형식적인 종이나 노예는 없지만 사회 곳곳을 들여다보면 실질적인 종이나 노예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것을 이라고 하고 여전히 사회 곳곳에 의 절규,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전혀 없는 사람들을 현대판 노예라고 부를 수 있다.

결국 종이란 제도의 이면에는 노동력의 착취가 있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 없이 사람을 부려 먹을 수 있는 것, 주인의 입장에서는 참 편한 제도이다.

    

[현대에서 종]

    

고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논리로 다른 집단이나 사람을 예속시키는 것을 현대판 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예로서 자본가와 노동자 대기업과 하청업자, 대학과 시간강사(지적 노동력의 착취), 다문화가정에서 이주 결혼자들의 삶도 현대판 노예와 다름 아니다.

    

    

[구약성경의 종]

    

구약성경에서 종은 하나님의 노예를 가리키기 위해 흔히 사용되던 말이었다.

    

구약성경에서 보여주는 종 개념은 세 가지

아브라함이 하갈로부터 이스마엘을 낳았는데 그녀는 사라의 몸종이었다.

    

(1) 가정과 목장에서 일하는 종(노동력 제공하는 종) 출애굽기 21종에 관한 법이 나온다. 이들은 다른 민족이나 나라들의 종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면이 있었다. 대우 면에서 이들은 소유물이 아닌 인격적인 대우를 받았다. 이들은 가족과 함께 지내며, 노동하는 품꾼과 같은 대우를 받았다. 특별히 출애굽기에 의하면 이들은 주인의 집에서 6년을 일해 주고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21:2-6)

15:2 종을 대우하는 법을 기술하고 있는데, 그를 놓아 자유하게 할 때에는 빈 손으로 가게 하지 말고 네 양무리 중에서와 타작 마당에서와 포도주 틀에서 그에게 후히 줄지니 곧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복을 주신대로 그에게 줄지니라. 너는 애굽 땅에서 종 되었던 것과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속량하셨음을 기억하라. 종이 주인 집을 떠나가기 싫으면 송곳으로 그의 귀를 뚫으라고 한다. 이제 영원히 주인과 종의 관계를 맺기 위함이다.

(2) 히브리 민족은 어떤 사람에게 존경하는 의미로 주라고 부르고 자신을 종이라 칭하여 겸손을 나타냈다.

(3) 히브리 민족과 하나님의 관계에서 온 백성들은 하나님의 종이었다. 특히 이스라엘 백성들은 애굽에서 종살이한 경험과 광야에서 방황했던 기간들을 모두 하나님의 백성, 곧 종이 되는 훈련과정으로 이해했다.

    

[신약성경의 종]

    

[신약시대의 시대적 배경 하에서 종]

    

1세기 로마시대 노예제도가 존재하였다. 당시 한 노예의 삶은 주인의 요구 조건이나 선량함의 수준에 따라 달라졌다. 신경질적이고 학대하는 주인이 소유한 노예들은 비참한 삶을 견뎌야 했다. 반면, 합리적이고 자비로운 주인의 노예들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종의 입장에선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그의 삶의 모습이 결정되었다. 로마의 노예법 하에서 노예는 어떠한 특권도 누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주인은 어떤 이유로든 자기 소유의 노예를 죽일 수도 있었다. 다른 사람의 종을 죽이면 살인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재물손괴죄로서 손해배상을 하면 되었다. 종은 주인에게 전적으로 복종해야 한다.

    

[종의 개념의 승화]

구약성경에서 다른 고대 근동 민족들의 노예제도와 구별되었던 히브리 민족의 노예개념은 신약성경에서도 나타난다. 그리고 종의 개념의 승화 현상을 보인다. 신약시대의 은 이방인 로마에서 노예들이 받은 가혹행위 등을 받지 않았다. 그것은 하나님의 종으로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예수 공생애 3년 동안 하나님의 종으로 사셨고, 친히 하나님의 참된 종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모습으로 종의 모습을 보여주심 궁극적으로는 자기의 목숨을 내어주고(과거 장사 풍습 종들은 주인이 사망하면 함께 묻힘) 모든 인류를 구원하시기까지 종의 모습을 보여 주셨다.

    

바울에 따르면 성도는 세상에 속한 종이었으나 세상의 종이 그리스도를 받아들임으로써 완전히 다른 영역에 속한 자유를 얻게 되었는데 그 다른 영역이란 하나님의 영역으로서 성도는 하나님의 새로운 종으로서의 신분을 획득하였다고 한다. 바울 자신도 회심하기 전에는 율법의 종이요 전에는 죄의 종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예수 그리스도의 종이라고 칭한다.

    

신약성경에서 보여주는 종의 개념은 그리스도와의 관계 속에 있는 모든 자, 곧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 그리스도에게 매인 자, 그리스도께 복종하는 자 모두를 의미한다.

    

그리스도인의 이중적 지위

    

이제 그리스도인들은 이중적 지위를 갖게 되었다. 자녀이면서 종이라는 점이다.

    

자녀 : 전에는 율법의 종, 죄의 종으로부터 자유, 해방을 얻음. 종을 자유민이 되게 하는 방법으로 대가를 지불하고 속량함이 필요, 피값으로 삼 / 이제 자유민이요 자녀로서 상속자, 주인의 잔치의 자리에 참여할 수 있음, 왕같은 제사장, 택한 족속으로서의 지위

: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 그리스도에게 매인 자, 그리스도께 복종하는 자 모두를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이면서 종이다. 이율배반적이지만 자녀로서의 특권을 누릴 뿐만 아니라 바울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종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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