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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8052

칸트철학에서 신 존재 문제 (김정민 전임연구원 철학박사 논문)

작성일
2025.02.11
수정일
2025.02.11
작성자
김정민
조회수
69

본 연구소 전임연구원 김정민 목사의 철학박사 학위논문이 인준되었다.


2025년 2월 26일(수) 철학박사 학위 수여식이 전남대학교에서 있을 예정이다.

본 논문은 초기 자연철학 시기부터 후기 종교철학까지 칸트철학에서 신의 존재 문제를 추적함으로써 그의 전 철학 체계가 완결된 도덕신학을 향한 일관된 사유의 산물이라는 점을 밝히려는 것이다. 초기에 칸트는 신을 존재론적 개념으로서 근원 존재자, 세계 창시자, 최고 완전 존재자로 규정했고, 나아가 신의 존재에 대한 증명 근거를 탐색하면서 전통적 형이상학이 의지했던 신 존재 증명의 한계를 넘어서려고 했다.

이후 전개되는 비판기 칸트철학에서 신의 존재 문제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사실은 그가 사변 형이상학의 신 존재 증명과 함께 계시 신앙 또한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칸트의 이러한 비판적 접근에도 불구하고 그가 신 존재 자체를 근원적으로 부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칸트는 청년기부터 신 존재에 대한 학문적 탐구 가능성을 집요하게 탐색해 왔으며, 이후에 신앙의 자리를 위해 사변적 형이상학의 인식 영역을 제한했을 정도로 인간 삶에서 내세와 신에 대한 믿음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나아가 칸트는 실천 철학적 관점에서 실천적 자유 이념을 토대로 도덕법칙’, ‘최고선’, ‘영혼 불멸’, ‘신 존재등의 불가결한 요청이론을 정립했다. 필자는 칸트가 이러한 요청이론을 통해 도덕신학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판단한다.

칸트철학에서 신의 개념은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지금까지 칸트철학에서 신과 관련한 연구는 대부분 󰡔순수이성비판󰡕을 중심으로 신의 존재 증명 여부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문제는 󰡔순수이성비판󰡕에서 드러난 선험적 이상에 대한 개념만으로는 칸트의 저술 전반에 걸쳐 발견되는 다양한 신의 개념을 정합적으로 통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필자는 이 논문에서 칸트의 비판기 이전 초기 저작을 시작으로 비판기를 거쳐 후기 저작에 이르기까지 드러난 신의 개념과 신 존재에 관한 논의를 도덕신학의 구성이라는 포괄적 주제 아래 탐구했다. 나아가 필자는 칸트가 형이상학을 하나의 학문으로 재정립하기 위해 전개한 요청 이론을 통해 칸트가 일관되게 탐구했던 도덕신학의 궁극적 정초로 삼으려 했다는 사실을 드러내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비판기 이전의 초기 저작부터 비판기 이론철학 저작을 거쳐 실천철학적 저작과 종교철학의 맥락에서 신 존재 문제와 신에 대한 믿음에 대한 고찰이 각 시기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과 근거들을 선명하게 밝힐 수 있었다.

칸트는 초기 자연철학을 대변하는 살아 있는 힘의 측정(1749)에서 신을 근원적 존재자로 서술했으며, 일반 자연사(1755)에서는 신을 최고 존재자로 묘사했다. 또한 새로운 해명(1755)에서 신을 세계 창조자로서 묘사했으며, 신 현존 증명(1763)에서 신의 존재 증명을 위한 유일 가능한 근거인 동시에 새로운 신의 개념으로서 정신을 규명했다. 이 시기 칸트에게 신은 최고 실재의 순수 개념으로서 유일성, 단순성, 충만성, 영원성, 무조건적 완전성을 특징으로 하는 전통 형이상학의 대상으로 고찰되었다. 여기에서 칸트는 합리성의 관점에서 전통적 형이상학이 다루었던 신의 존재와 인식 가능성에 관한 논의가 박약한 근거에 의지하고 있다는 비판적 입장을 유지한다.

비판기에 들어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신을 단순히 선험적 이념을 넘어서 순수이성의 이상이라고 규정한다. 이러한 이상으로서의 신은 단일한 개별 실체이자 만물 일반의 현존과 통일의 근거로 전제되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인간 이성이 인식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신은 순수이성의 한계를 넘어서 형이상학적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실천이성비판󰡕에 이르러 칸트는 실천적 자유 및 그에 기초한 이성의 사실로서 도덕법칙의 증명을 통해 영혼 불멸과 내세의 가능성, 나아가 절대적 필연적 존재로서 신에 대한 믿음이 필연적으로 요청된다고 주장한다. 이어서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에서는 근본악과 도덕적 세계의 궁극적 근거로서 신의 존재를 탐구하고, 도덕과 종교의 상관성, 그리고 이성의 이론적 사용과 실천적 사용에서 신 개념의 의미를 규명하고 순수이성의 한계를 넘어선 것들에 대한 믿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결론적으로, 칸트에게 있어서 신 개념은 종교적ㆍ계시적 신이 아니라, 선험적 이념의 이상인 동시에 실천적 의미에서 도덕성의 문제를 정당화하는 데 불가결하게 요청되는 믿음의 대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신 문제를 중심으로 초기부터 후기에 이르기까지 칸트의 저작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칸트의 철학적 탐구가 주제와 시기에 따른 다양한 논의들의 평면적 조합이나 확장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적 사유의 출발점에서부터 구상했던 도덕신학의 체계 수립을 향한 일관된 탐색의 과정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려고 했다.

주제어 : 형이상학, 신 존재 문제, 신 개념, 도덕신학, 요청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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